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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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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19 0 14:24
Apr
03
2026

악마의 그놈






1화 Meet… 도하 (1)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 루시퍼의 궁.


이곳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저를 농락한 에이몬을 벌하여 주십시오!”


“같은 마신끼리 이런 짓을 벌이다니,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끙.


루시퍼가 얼굴을 찡그리며 제 앞에 서있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마계의 왕 루시퍼가 가장 총애하는 악마. 루시퍼 휘하 11명의 마신 가운데서도 가장 가공할 능력을 지닌 마신. 그리고… 자타공인 마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 에이몬.


녹아내릴 듯 부드러운 은빛 머리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사내의 얼굴은 공들여 빚어놓은 조각상 같았다. 루비를 박아놓은 듯 반짝이는 붉은 색 눈은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표정 없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 루시퍼가 입을 열었다.


“에이몬, 네가 정말 마르비타를 유혹한 것이 맞느냐?”“제가 바로 그 현장에서 저 비열한 새끼를 잡아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거대한 덩치를 들썩거리며 바싸고가 소리쳤다. 11 마신 가운데 하나인 그는, 마신 마르비타의 연인이기도 했다.


불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아름다운 마르비타. 잔뜩 흐트러진 차림에 화장기 없는 창백한 낯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청초하고 처연했다. 사실은 그녀가 잘생긴 남자라면 가리지 않고 제 것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욕과 질투의 화신이라는 것을 모두가 잊을 정도로.


그런 마르비타와 그녀 곁에서 어쩔 줄 모르는 바싸고를 바라보며 혀를 쯧 찬 에이몬이 비로소 대답했다.


“예, 제가 그리하였습니다.”


“마르비타를 유혹하면서, 허상을 만들어내는 네 능력을 사용한 것도 인정하느냐?”


“예, 인정합니다.”


“같은 마신을 상대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에이몬, 그것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랬다. 그것은 오래 전, 바람을 관장하는 마신 배파르와 물을 다스리는 마신 크로셀이 서로의 능력이 더 강하다며 다툼을 벌이다 마계가 쑥대밭이 된 이후로 마계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헌데도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 대체 왜…!”


마왕인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거나 아첨을 하기는커녕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하는 바른 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는 자.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서늘한 기운을 뿌리고 다니는 차갑고 아름다운 사내.


루시퍼는 그런 에이몬을 누구보다 신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마르비타가 에이몬을 탐내고 유혹해왔지만, 에이몬은 눈 하나 꿈쩍한 적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이몬, 이 x자식. 그래도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어떻게…!”


아무도 모를 것이다. 마르비타의 끈질긴 유혹에 눈길 한 번 준 적 없는 에이몬이, 오늘 벌인 일 역시도 사실 바싸고를 친구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저를 죽일 듯 노려보는 바싸고에게도, 무슨 변명이든 해보라 몇 번이나 기회를 주는 루시퍼에게도 에이몬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린 듯 아름다운 에이몬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는 듯 서늘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왜라니요? 왕이시여, 설마 잊으셨습니까? 본디 저는 불화와 파멸을 일으키는 자. 누군가의 마음속에 의심의 싹을 틔우고, 신의를 짓밟는 악마가 바로 저 에이몬인 것을요. 저는 그런 제 소임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루시퍼가 한숨을 내쉬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건 에이몬은 마계의 법을 어겼고, 자신은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할 마계의 왕이었다. 도무지 내키지 않는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마신 에이몬에 관한 마르비타와 바싸고의 처벌 요청을 받아들인다. 에이몬에게서 마신의 지위를 박탈하고 인간계로 추방하라!”


예상보다도 훨씬 엄중한 판결에, 좌중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간 자신의 소임에 충실했던 마신이 단 한 번의 실수를 했다고 해서 영영 내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일 터. 에이몬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


“에이몬 네가 그토록 경멸하는 사랑과 신의라는 감정. 그것은 우리 악마들이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고 장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기도 하지. 그러니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그 굳건한 마음을 깨뜨리고 그들의 믿음을 배신이라는 파멸로 이끄는 것만큼 악마다운 일도 없지 않겠느냐?”


“…….”


“단, 기한은 일 년. 그 안에 진정한 사랑 셋을 깨뜨릴 수 있다면 다시 마계로 돌아와 마신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잠시 말을 멈춘 루시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좌중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실패할 경우, 에이몬은 다시는 마계로 돌아올 수 없다. 또한 마신으로서 지녔던 능력과 힘 역시 모두 잃게 될 것이다. 받아들이겠느냐?”


“……예, 받아들이겠습니다.”


“잊지 마라, 에이몬. 기한은 일 년뿐이다.”


그렇게 악마 에이몬은 마계에서 추방당했다. 자신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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